경기둘레길 가평 18코스를 걸었다. 여행한 시기는 2022년 6월 초. 따로 걸은 건 아니고, 가평 17코스를 걸었는데,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애매해서, 같은 날에 함께 걸어버렸다. 그리고 집에 올 때는, 운전 초보인 HJ가 이 멀리까지 나를 데리러 온다고 해서, 도착지 보아귀골 정류장에서 17:30 버스를 쿨하게 보내버렸다. 7월처럼 무더웠던 6월에 힘들게 걸었는데, 덕분에 집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걷기 전에는 몰랐는데, 걷고 나니 이 코스는 걷기 전 유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아래 따로 정리했다.
1. 소요시간.
보통 경기둘레길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홈페이지에 안내된 소요시간보다 조금 빨리 걷는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안내된 소요시간에서 30분에서 1시간 또는 1시간 반을 빼고 계산하곤 하는데, 이 코스는 그러면 안된다. 홈페이지에 안내된 소요시간만큼 소요된다. 이는 뒤에 소개할 버스 시간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2. 난이도.
그리고 난이도는 매우 어려움이 맞다. 코스가 힘들어서 그렇다기보다는,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외진 곳이라 그런 것이 더 크다. 인적 없는 깊고 깊은 산 속이라 혹여 낙오되면 정말 큰 일이고, 맷돼지나 야생동물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이는 길이었다. 길이 헷갈리는 구간이 여럿 있으나, 안내는 리본으로만 되어 있기 때문에, 길을 잘못 들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미리 유의하고, 램블러나 트랭글 등을 꼭 사용하자. 그리고 편의점도 나들가게도 없으니 참고.
3. 도착지 대중교통.
도착지도 상당히 오지라서, 대중교통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도착지에 다다르기 직전에 주차장을 지나게 되는데, 그곳(귀목종점)이 버스 회차점이고, 버스가 이 주차장을 돌아나간다. 버스는 40-5, 40-8 둘 뿐이며 이 버스를 타면 현리로 나갈 수 있다. 두 노선을 합쳐 버스가 돌아나가는 시간은 [ 07:10 / 08:00 / 09:50 / 11:30 / 13:50 / 16:00 / 17:30 / 19:30 (2022년 6월 기준) ] 이다. 경기둘레길 가평 18코스 도착점은 회차점에서 첫 정거장인 보아귀골에 있고, 버스로 3분 거리다. 택시도 안잡히는 오지니까 걸으면서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경기둘레길 가평 18코스를 걸었다.
17코스를 걷고 난 직후
버스를 타고 집에 가려하니
3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 같아서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걸었다.
길을 걷기 전에는 몰랐으나
걷고 보니, 좀 위험한 생각이었음.
시작은 무난하다.
안내판 건너편의 마을로 들어가
골목길을 걷는 중이다.
걷다보면 들머리가 나온다.
앞에 보이는 초소에는
의외로 근무자가 있어서 놀람.
보아귀골까지는 약 8Km.
버스 시간에 맞추려면
부지런히 가야하는 거리다.
17:30 버스를 놓치면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갑자기 나타난 풍경이 낯설었다.
불이 난 후에 복구를 하는 중일까?
자원으로 나무를 베어낸걸까?
여튼, 자주 볼 수 없는 모습이었음.
안으로 걸어 들어갈수록
좌, 우에 나무가 많아졌다.
작은 개천을 지나면
산사태 취약지역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점점 더 산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목적지안 보아귀골까지는 약 6.2Km.
아직까지는 힘들거나 하진 않았다.
계속 평지를 걸어왔으니까.
하지만 포장도로와 함께
오르막 길이 시작된다.
길의 오른쪽으로는 암석인데
조금만 톡 건드려도
돌이 우루루 떨어질 정도로
매우 위태로워 보였다.
혼자 걷는데, 행여 돌 맞을까봐
반대편인 왼쪽으로 붙어 걸었다.
길의 전체적인 느낌은 이러하다.
오른쪽에는 잘 부서지는 암석.
차 한대 지나갈 수 있는 도로.
숲도 점점 더 우거진다.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감.
최근에 바위가 무너진 모양이다.
아마도 저 밑에 깔렸으면 죽었을 듯.
사람은 옆으로 지나갈 수 있었지만
차량은 못지나가는 상태였다.
대략 주변 풍경은 이러하다.
정리하면, 산 넘어 또 산.
톡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길 오른쪽의 상태.
저 앞에 오똑 솟은 산은 명지산이다.
산 깊은 곳인데도 의외로
수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산사태가 자주 나서
그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왜 이 길의 난이도가
매우 어려움인지 잘 모르겠다는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걸었다.
그러다가..
잘 닦여진 큰 길을 걷다가
문득 마주친 작은 안내판.
사람 안다니는 길 같은데
저 길로 가라는 게 실화?
혹시나 잘못 안내되었나 싶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헛수고였다.
'보아귀골'이라 써진
작은 안내판 가리키는 곳은
뭔가 음침하니, 사람도 안다니고
귀신이나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경기둘레길 가평 18코스는
이 지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나는 혼자 걸었는데, 무섭더라.
숲이 원시림처럼 느껴져서
조난 당하면 쉽지 않을 것 같았고
맷돼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
염려도 들었다.
원래 1개 코스만 걷는 계획으로
물을 조금만 가져왔는데,
날도 덥고, 이쯤 오니 물이 없어서
저 계곡 웅덩이의 물을 엄청 마셨다.
엄청 깨끗하고 시원했음.
저 웅덩이를 지나면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이 길은 등산 전문가 또는
산꾼들이 다니는 길 같았다.
바닥은 이런 중간 크기의 돌이 많다.
발을 내딛어 돌을 밟으면 움직인다.
그래서 오르면서도 힘이 더 듦.
동남아시아나 아마존에 있는
정글에 온 느낌이 가득한 곳이다.
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다.
저 건너 붉은 리본이 안보였으면
방향을 못찾고 헤메었을지도.
여기는 저 나무 밑으로
지나가야 하는 곳.
이 코스는 안내판은 거의 없고
거의 리본으로만 안내되어 있었다.
길이 헷갈리는 지점이 많아서
리본을 잘 찾아 가야 한다.
여기도 잠시 머뭇거렸는데
저 멀리 붉은 리본을 보고, 따라갔다.
전체적으로 잠깐 정신 놓으면
길 잃어버리기 쉬운 곳이었음.
오르막으로 길이 있는 것 같지만
조금 애매한 곳인데
저 멀리 붉은 리본이 보인다.
애매해보이는 오르막을 올라
땅으로 굽은 나뭇가지를
아래로 지나가야 함.
숲이 더 우거지는 7, 8월에는
리본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음.
그렇게 미로 같은 길을 지나면
한 고비를 넘기게 된다.
한 번 야생에서 빡세게 걸으니
이젠 이 정도의 길도
감사하며 걷는 겸손함을 배움.
여기는 사진에는 잘 안드러나지만
엄청난 경사의 오르막이다.
기존에는 숲이 우거지고
길이 잘 안보여서 힘들었다면
여기는 경사가 가파르고
길이 미끄러줘서 힘들었음.
가파른 경사 + 미끄러운 땅 콤보로
여차하면 뒤로 넘어갈 수도 있는 곳.
그 오르막을 끝까지 오르면
마침내 도착하는 귀목고개.
이렇게 너른 공간이 반가웠다.
올라오느라 힘들어서, 잠시 쉬었다.
저 앞에 보이는 각목이 의자임.
귀목고개에서 내려가는 길.
경기둘레길 가평 18코스다.
내리막도 경사가 상당했다.
마치 빗자루로 낙엽을 쓸어놓은 듯
누군가가 길을 닦은 것처럼 보였다.
내리막은 오르막에 비하면
길의 험한 정도가 덜했다.
나무와 덩굴이 마치 터널처럼
보이는 이런 건 애교였음.
내려가는 중인데
체력이 떨어져서 힘들었다.
물도, 먹을 것도 없었음.
오랜만에 본다.
경기둘레길 18코스 안내판.
머리 위로 보이는
하늘이 반가워서 담았다.
비가 많이 내리면
계곡이 될 것 같은 느낌의 길.
이런 곳에 다리가 있네?!
다리 위 나뭇가지에는
여러 산악회에서 단 리본이 있다.
평소에는 보기 싫던 저 리본이
여기서는 참 반갑더라.
사람이 다니는 길이구나 싶어서.
고도가 낮아짐에 따라
길도 점점 편안져서 좋았다.
여기는 산이 끝나는 지점이다.
그리고 큰 물 웅덩이가 있다.
목이 너무 말랐던 나는
여기서 웅덩이 물을 또 마셨다.
여기는 조종천 상류
명지산, 청계산 생태 & 경관
보전지역이라고 한다.
어쩐지, 산이 너무 날 것이더라.
(시간이 지나고 나니 좋아짐)
물 웅덩이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걸어가는 중이다.
혼자서 무사히 잘 걸었다는
일종의 안도감과 함께
사람과 문명이 반가웠다.
바위를 깨고 만든 길이다.
저 앞은 캠핑장이었다.
민가가 보인다.
땅 크기가 예사롭지 않다.
멍멍이도 있었다.
아스팔트 도로와 비포장길은 끝.
주차장을 지나는 중에 본 안내판.
여기서부터 잠깐 차도를 걷는다.
꽃이 예쁘게 피어있다.
가드레일 색도 꽃과 같은 색.
평범한 시골길을 걷는다.
흙 벽에 녹슨 함석 지붕.
포스가 엄청난 집을 지난다.
보아귀골 주변 민가를
살살 구경하면서 걸었다.
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다.
보아귀골에서 시내로 나가는 방향.
나는 17:30 버스를 타려 했으나
HJ가 데리러 온다고 해서
그 귀한 버스를 안 타고 보냈음.
그리고 버스 정류장 맞은편에 있는
경기둘레길 가평 18코스 종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