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나들길 14코스, 강화도령 첫사랑 길을 걸었다. 강화도령은 한양에서 태어났지만, 강화도에 유배되어 와서 살다가 하루아침에 조선의 25대 왕이 된 철종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실제로 이 트레킹 코스는 철종이 왕이 되기 전에 살던 집인 "용흥궁"에서 출발한다. 목적지는 철종의 외가.
철종은 강화도에서 살던 당시, 양순(또는 봉이)이라는 여자친구를 두고 있었다. 결혼도 생각하던 사이었으나, 하루아침에 철종이 한양으로 떠나는 바람에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둘은 이후에 영영 볼 수 없었다고 전한다. 설상가상으로 양순이는 세상을 일찍 떠났다고. (조정해서 암살했다는 소문이 있으나 믿거나 말거나) 여튼, 한양에서 양순이를 그리워하던 철종은 크게 상심했다고 실록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일화 때문에 길 이름이 "강화도령 첫사랑 길"이 아닐는지.
강화나들길 14코스
강화도령 첫사랑길의 출발점이다
용흥궁 공원 화장실 맞은 편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강화는
대구, 수원과 함께 3대 직물 생산지였다
현재 울산이나 거제가 그렇듯
당시는 강화가 잘 사는 지역 도시였다
인구도 13만이나 되었다
(현재는 2016년 기준 6.8만)
이 굴뚝은 심도 직물의 흔적이다
직원이 1,500명이 넘을 정도로 잘 나갔으나
화학섬유의 등장으로 인해
1991년 부도처리 되었다
현재 용흥궁 공원과 주차장 인근은
이 심도직물이 위치하고 있던 터임
이 비석은 김상용 순절비다
영화 남한산성을 보면
배우 김윤식이 김상헌을 연기하는데
이 김상용은 그 김상헌의 친형이다
그는 병자호란 때 종묘를 모시고
강화로 피난왔으나, 여기까지 함락되자
남쪽 문루 위에서 화약을 터트려 순국함
그리고 이를 기리고자 비를 세웠다
비석이 두 개 인데
하나는 김성헌의 증손자인 김창집이
다른 하나는 김상용의 7대손인
김매순이 세웠다
솔터우물을 지났다
이 지역은 지금도 시장이지만
옛날에도 시장이었다고 한다
진전(왕의 어진을 봉안하는 곳)의 제사 때
이 물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길 안내가 조금 부실한데
합일 초등학교 오른 담장을 끼고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평범한 주택가처럼 보이지만
어떤 단독주택들은 엄청나게 컸다
어쩌면 여긴 부자 동네일지도
골목길을 걸으니 편했지만
안내가 조금 미흡해서
헷갈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에 너른 주차장이 있는
성산 아파트를 낀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
강화나들길 14코스
좁은 오르막 골목의 끝
오래 전에 시멘트로 만든 것 같은
낡은 계단을 올랐다
언덕의 정상에서 왼쪽으로 난 길인데
다행히도 최근에 제초를 한 모양이다
사진 속 강화 신문리에서
강화도 남산을 타기 시작했다
이 근방은 근린공원 조성을 위한
공사를 하고 있었다
탁 트인 공간이 있었는데
여기를 기점으로 길이 좁아지고
숲은 더 우거졌다
걷다보니 산 속인데도
차도가 나오고, 화장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는
이런 공터와 약수터가 있었다
공터는 동네 체육 친목 단체에서
옛날에 조성한 것 같았고
현재는 약간 방치된 느낌이었다
철종과 양순이가 만나던 곳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진다
청하동 약수터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그런가
약간 곡성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공터 한 켠에는
정자와 쉼터가 있었다
그리고 이 공터에서부터
본격적인 남산 산행이 시작된다
강화나들길 14코스와 15코스가
갈리는 지점인데, 14코스는 이쪽이다
좁은 길이라 놓치기 쉬워서
비표를 3개나 걸어두었다
저 멀리 빛이 보이는 계단을 올랐다
여름이고 장마 중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습한 느낌이 있었다
사람을 한 명도 마주치지 못했지만
그래서 인적이 드문 것 같은데
의외로 길이 잘 다져져 있었다
여기는 강화산성 남암문
우거진 숲에 있다가 나오니
탁 트인 기분이 들어 좋았다
성벽에 쭉 이어진 강화산성
산성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강화산성을 지나고 조금 더 걸으면
시원하게 일자로 하늘로 뻗은
전나무 숲을 지나가게 된다
강화나들길 14코스는
국화리 공동묘지가 있는 오른쪽으로
종점까지는 6.7Km가 남음
여기서부터 숲이 끝날 때까지는
뭔가 음산한 기분이 드는 숲이었다
장마 때문에 습해서 그런건지
음기가 강한 것인지 기분이 이상해서
좀 서둘러 내려왔다
남산을 다 내려오면
에버리치 호텔이 있다
갑자기 훅 나타나서 신기했음
강화 에버리치 호텔에서
내려다 본 주변 모습
지명은 강화군 선원면 창리
에버리치 호텔을 나서
건영빌라 옆 길로 나갔다
명진 컨벤션 웨딩 부페
맞은 편으로 길을 건너서
이런 둑길을 걸었다
좌우로 논이 있어 푸르렀다
잠시 뒤돌아 지나온 길을 봤다
산 중앙의 붉은 건물이 에버리치 호텔
호텔의 5시 방향에 있는
포개진 흰 건물 2개가 건영 빌라
그리고 사진 왼쪽의 큰 유리 건물이
명진 컨벤션 웨딩 부페
잠시 하천을 따라 걸었다
저 앞의 다리를 건너가야 했다
나무들의 집을 지나
바다의 별 요양원 가기 전의 낡은 집
돈만 있으면 사고 싶은 옛집이다
요양원을 지나면 왕복 2차로의
시리미로를 잠깐 걷게 되는데
우측의 샛길로 가야 한다
그러면 찬우물 약수터가 나온다
여기는 찬우물 약수터
음용 적합 판정의 약수터를 본 게
너무 오랜만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차도와 접해 있는 것도 신기했다
약숫물을 떠가는 사람도 봤다
강화와 김포의 식당 중에
"찬우물"로 시작하는 가게가 종종 있는데
그 유래가 이 약수터인 것 같다
약수터에는 나물, 옥수수 등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른쪽 무지개 파라솔 뒤에
약수터가 있지만, 잘 안보인다
찬우물 약수터 바로 앞에 있는
음식점인데,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예전에 손칼국수를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맛있게 먹었더랬다
찬우물 약수터를 지나
큰 길을 다라 남쪽으로 걸었는데
이즈음에서 길이 좀 엇갈리고
정보도 좀 엇갈린다
나는 차도를 따라 걸었는데
비표나 안내판을 전혀볼 수 없었다
개성 손만두를 지나기 직전에
왼쪽으로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을 통해 산을 넘고
마을로 나와야 하는 것 같았다
왕복 2차선의 차도는 84번 국도
계속 따라가면 초지대교까지 간다
걷다가 우측으로 꺾을 예정
좁은 길을 걷다보니
다시 너른 논이 나왔다
가을에 보면 좋을 듯
걷다가 뒤돌아 찍은 사진인데
집과 구불구불한 길이 멋져서 담았다
젖소를 키우는 축사도 있었다
소들이 나를 신기하게 보더라
길을 걸으면서 줌으로 당겨 담았다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마주치는 사람도 없고 편했음
그리고 오래지 않아 도착한
최종 목적지인 철종의 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