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나들길 10코스(머르게 가는 길)를 걸었다. 10코스는 대룡시장에서 출발해, <머르메>라고 불리는 교동도 남서쪽의 동산리를 돌아, 다시 대룡시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약 17.2Km 정도 되는 거리이고, 소요시간은 10여 분의 휴식 시간을 포함해, 4시간 30분 정도. 10코스의 상당 부분은 쭉쭉 뻗은 평지라 난이도는 낮은 편이다. 중간에 <수정산>이라는 산을 오르는 데, 이 역시 높지 않아 금방 오른다. 다만, 수정산은 9코스에서 올랐던 화개산에서 봤던 멋진 풍경을 보여주진 않았다.
그리고 한 가지. 그리고 바람이 없는 여름이라면, 난정 저수지 강둑의 하루살이 떼를 조심하자. 5월 말 기준으로 그 수가 엄청난데, 온몸에 들러붙는다. 여차하면 강둑 초입에서 저수지 뷰를 보고, 강둑 아래로 내려와 길을 따라 걷는 게 현명할 수 있다.
강화나들길 10코스 <머르메 길>은
교동도 대룡시장에 있는 <해성식당>에서 출발해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원점 회귀 코스다
식당 왼쪽에 강화나들길 도장함이 있다
대룡시장 바닥에 파란색 원이 그려진 곳에서
주차장 쪽으로 꺾은 다음, 잠시 걸으면
이 안내판을 주차장 맞은 편에서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트레킹이 시작되는 곳
'이 길을 끝까지 걸어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정답은 '결국 그렇다' 이다
왜냐하면 시작할 때 걷진 않지만
이 코스의 마지막이 저 끝에서 시작하기 때문
이 길은 좌/우에 논이 있어서
'가을 추수할 즈음에 오면 참 멋지겠다' 싶었다
지난주에 9코스를 걷고, 1주일 만에 왔는데
모가 제법 웃자라 있었다
걷다가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꺾는다
그러면 또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나오는데
이 길은 6.25 때 활주로로 쓰이던 길이다
그리고 이 길의 끝에는
<난정 저수지>라는
거대한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 둑방으로 올라가면
생각보다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생각보다 큰 저수지 규모에 놀랐다
이 저수지의 물은 교동도 전체의
논에 물을 공급한다고 한다
이번에도 길의 끝까지 걸어야 했다
물가 근처이고, 바람이 없는 날이어서
나는 엄청난 수의 하루살이 떼를
뚫으면서 걸었다
교동도 난정 저수지
오리인지, 물새 한 마리가 궤적을 그린다
<교동도 난정 저수지>
난정 저수지 남쪽 끝에는
난정리 마을이 있다
원래 난정 저수지가 있던 곳은 <난초마을>이었고
30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살던 곳이었다
비석 뒤편에는 주민들의 이름이 있다
<난정리 해바라기 마을정원>을 지나다가
오두막이 보여서 잠시 앉아 쉬었다
아쉽게도 해바라기는 없었음
멀리서도 잘 보이던
우뚝 솟은 나무 주변으로
노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수정산 조선시대 한증막>이라는
표지를 따라 산으로 접어든다
산 이름은 <수정산>
교동도에 남은 조선시대 한증막 중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남은 것이라 한다
조선 후기부터 1960년대까지 쓰였다고
그리고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는 코스가 시작된다
300미터 남은 수정산 정상
여기서부터는 능선길이라 힘들지 않다
정상은 별도 표지가 안 보여서
지나간지도 모르게 쓱 지나쳤다
"안녕히 계세요"
이다음부터는 <동산리>로 접어든다
강화나들길 10코스 <머르메 길>의
<머르메>라 불리는 곳이다
이제는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집이랑 비슷한 느낌의 집
교동도의 매력은 60~70년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인데
상업화되어 옛 모습이 사라진 대룡시장보다는
이쪽이 그 매력을 더 가지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너무나 멋진 옛 집들
아궁이가 바깥으로 드러난 집도 있었다
사람은 살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작은 마을을 지나
강화 나들길 표식을 따라 걸으면
이내 남쪽 바다에 이르게 된다
이날은 파도가 하나도 없어서 바다가 잔잔했다
저 앞에 보이는 섬은 아마 서검도
교동도를 두르는 철책이 시작되는 곳
저 붉은 표지판은 귀순하는 북한 사람을 위한
안내판이고, 바로 뒤에는 벙커가 있다
또 옛날 집들을 지나면
작은 포구가 나온다
딱히 이름은 없는 포구
다시 섬 안쪽으로 향하는 길
강화나들길 10코스의 마지막 고개인데
이 고개를 넘으면 맨 처음에
끝없이 뻗은 길(교동서로)에 들어서게 된다
교동도 양갑리의 옛집들
멍멍이
아마 설치한 지 좀 되는 표지판이 아닐까
녹이 슨 모습이나, 만듦새나
끝없이 뻗은 <교동서로>
이 길의 끝에 강화나들길 10코스의 종착지인
<대룡시장>이 있다
교동도의 매력은 60~70년대의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아쉽게도 대룡시장은 상업화로 인해 그 느낌이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이 코스의 목적지인 <머르메>라 불리는 동산리 쪽은 아직 옛 이미지가 남아 있었다.
길을 걷는 동안, 냄새가 참 좋았다. 논에 댄 물에서 나는 민물 냄새와 흙냄새가 섞여서 시골냄새가 났고, 바닷가 근처에는 바다 내음이 한 번 더 섞였다. 어린 시절에 몇 번 갔던 시골을 연상하게 하는 그런 냄새였다. 그리고 인적이 드물어서 아주 조용하게 걸을 수 있었다. 새소리와 물소리만 들리다 보니, 사람과 도시에서 멀어지는 경험을 잠시나마 할 수 있었던 그런 길이었다.
강화나들길 10코스
<머르메 가는길>